안녕하세요?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는 Kay 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제가 동네에서 자주 지나치는 한 아파트에 대한 생각을 끄적여 볼까 합니다.
제가 사는 곳 근방에는 두 개의 신도시가 맞닿아 있는 경계선이 있습니다. A 신도시는 오래전에 만들어졌고요, 상대적으로 B 신도시는 늦게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붙어 있다 보니 A, B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B 신도시는 유명 기업들과 대형 상업시설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지 아파트 시세 형성에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제가 자주 지나치는 곳은 A 신도시와 B 신도시의 경계선에 있는 C 아파트입니다. 행정구역상 A 신도시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로, 아파트 네이밍도 시공사의 기업명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아파트’처럼 말이지요. 어느 순간 이 아파트의 외벽에는 시공사가 나중에 런칭한 브랜드가 추가로 도색되어 있었습니다. 시공은 30년 전에 했지만, 그보다 나중에 런칭한 브랜드를 외벽에 추가로 도색한 것이지요. 이런 경우는 이미 흔한데요, 이 아파트는 한술 더 떠 A 신도시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B 신도시의 지명도 외벽 네이밍에 추가했습니다. 저는 이 변화를 보고 의문이 생겨 도로명 주소를 찾아보았는데요, 오늘 기준으로도 공식적인 도로명 주소에는 최초의 네이밍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이 사용하는 지도 앱에도 최초의 네이밍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최초의 아파트 네이밍이 포함된 도로명 주소는 그대로인데, 아파트 외벽에 있는 네이밍이 변했습니다. 브랜드와 지명이 더해져서 완전히 다른 아파트처럼 보이게 된 것입니다. ‘삐딱한’ 제 시선으로 보았을 때는 그저 아파트 시세를 올리려는 목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그 아파트의 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사정은 모르는 점을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주소부터 외관까지 최초 지어졌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아파트 외벽의 네이밍만 바뀌었습니다. 브랜드와 지명을 넣어 모르는 사람이 이름만 보았을 때는 정말 그럴싸하게 보일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D 지역에 위치한 한 아파트는 F 신도시의 행정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동(東) F □□ 아파트'라고 네이밍을 했습니다. 언뜻 들으면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은 F 신도시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기 쉽지요. 예전에 제가 그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을 우연히 지나가다가 이 신박한 아이디어에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고, 투자에는 매우 미숙한 사람입니다. 오늘은 네이밍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기업이 언젠가부터 직급의 명칭을 변경하기 시작했습니다. G1 - G2 - G3 등 알 수 없는 영문과 숫자의 결합으로 변경한 기업도 있고, 전통적인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체계를 선임, 책임과 같이 축소한 기업도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팀장이 아닌 이상 모두 같은 직급 명칭을 사용하는 곳도 있지요.
평가제도의 명칭도 다양화되었습니다. 과거의 인사고과, 인사평가, 상사평가 같은 딱딱한 표현에서 리뷰, 체크, 진단, 피드백 세션 등 대부분 영어 단어를 사용해 각각의 기업이 지향하는 바를 제도로 구현했습니다.
부서의 명칭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HR 분야의 경우, 과거에는 그저 인사팀, 인사총무팀, 경영지원팀 정도였지요. 그런데 지금은 People Team, Culture Team, Human Respect Team 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업무 명칭도 달라졌습니다. 채용으로 불리던 업무는 Talent Acquisition으로 변했지요. 단순히 한글을 영어로 번역한 정도가 아니라, 업무나 부서의 본질이 달라질 정도입니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때로는 그저 아파트 외벽에 브랜드 네이밍을 덧칠하는 수준의 보여주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게 됩니다. 제도와 업무의 본질이 달라질 정도로 명칭이 변했지만,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많은 기업의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실제로 명칭의 변화에 맞게 본질까지 변화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저 ‘덧칠’ 정도에 그친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새롭게 아파트를 건설하고 싶으면 재건축을 해야 합니다. 재건축을 하지 않고 그저 외벽에 브랜드 네이밍을 덧칠해서는 절대 그 본질을 개선할 수 없습니다. 외부에서 보는 사람은 모를 수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지요.
명칭이 변화하는 만큼 반드시 본질도 변화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https://www.linkedin.com/in/kay-woojae/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https://hahahahr.com/kay , 네이퍼카페 "팀장클럽", 코치닷 정기 연재
★ 팟빵: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90236?ucode=L-gqIVtpiB
★ 네이버TV: https://tv.naver.com/v/51992040
★ 리더십 칼럼 기고: 대기업 내부 블로그, HR인사이트 등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리더십 강의 진행: 러닝스푼즈, IT 스타트업, 국가기관 등
https://learningspoons.com/course/detail/leader-communication/
★ 글쓰기 모임 운영: 작심삼일 글쓰기, 두들린 체인지 스터디 ‘리더의 글쓰기’ 등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는 Kay 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제가 동네에서 자주 지나치는 한 아파트에 대한 생각을 끄적여 볼까 합니다.
제가 사는 곳 근방에는 두 개의 신도시가 맞닿아 있는 경계선이 있습니다. A 신도시는 오래전에 만들어졌고요, 상대적으로 B 신도시는 늦게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붙어 있다 보니 A, B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B 신도시는 유명 기업들과 대형 상업시설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지 아파트 시세 형성에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제가 자주 지나치는 곳은 A 신도시와 B 신도시의 경계선에 있는 C 아파트입니다. 행정구역상 A 신도시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로, 아파트 네이밍도 시공사의 기업명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아파트’처럼 말이지요. 어느 순간 이 아파트의 외벽에는 시공사가 나중에 런칭한 브랜드가 추가로 도색되어 있었습니다. 시공은 30년 전에 했지만, 그보다 나중에 런칭한 브랜드를 외벽에 추가로 도색한 것이지요. 이런 경우는 이미 흔한데요, 이 아파트는 한술 더 떠 A 신도시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B 신도시의 지명도 외벽 네이밍에 추가했습니다. 저는 이 변화를 보고 의문이 생겨 도로명 주소를 찾아보았는데요, 오늘 기준으로도 공식적인 도로명 주소에는 최초의 네이밍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이 사용하는 지도 앱에도 최초의 네이밍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최초의 아파트 네이밍이 포함된 도로명 주소는 그대로인데, 아파트 외벽에 있는 네이밍이 변했습니다. 브랜드와 지명이 더해져서 완전히 다른 아파트처럼 보이게 된 것입니다. ‘삐딱한’ 제 시선으로 보았을 때는 그저 아파트 시세를 올리려는 목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그 아파트의 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사정은 모르는 점을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주소부터 외관까지 최초 지어졌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아파트 외벽의 네이밍만 바뀌었습니다. 브랜드와 지명을 넣어 모르는 사람이 이름만 보았을 때는 정말 그럴싸하게 보일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D 지역에 위치한 한 아파트는 F 신도시의 행정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동(東) F □□ 아파트'라고 네이밍을 했습니다. 언뜻 들으면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은 F 신도시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기 쉽지요. 예전에 제가 그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을 우연히 지나가다가 이 신박한 아이디어에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고, 투자에는 매우 미숙한 사람입니다. 오늘은 네이밍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기업이 언젠가부터 직급의 명칭을 변경하기 시작했습니다. G1 - G2 - G3 등 알 수 없는 영문과 숫자의 결합으로 변경한 기업도 있고, 전통적인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체계를 선임, 책임과 같이 축소한 기업도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팀장이 아닌 이상 모두 같은 직급 명칭을 사용하는 곳도 있지요.
평가제도의 명칭도 다양화되었습니다. 과거의 인사고과, 인사평가, 상사평가 같은 딱딱한 표현에서 리뷰, 체크, 진단, 피드백 세션 등 대부분 영어 단어를 사용해 각각의 기업이 지향하는 바를 제도로 구현했습니다.
부서의 명칭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HR 분야의 경우, 과거에는 그저 인사팀, 인사총무팀, 경영지원팀 정도였지요. 그런데 지금은 People Team, Culture Team, Human Respect Team 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업무 명칭도 달라졌습니다. 채용으로 불리던 업무는 Talent Acquisition으로 변했지요. 단순히 한글을 영어로 번역한 정도가 아니라, 업무나 부서의 본질이 달라질 정도입니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때로는 그저 아파트 외벽에 브랜드 네이밍을 덧칠하는 수준의 보여주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게 됩니다. 제도와 업무의 본질이 달라질 정도로 명칭이 변했지만,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많은 기업의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실제로 명칭의 변화에 맞게 본질까지 변화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저 ‘덧칠’ 정도에 그친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새롭게 아파트를 건설하고 싶으면 재건축을 해야 합니다. 재건축을 하지 않고 그저 외벽에 브랜드 네이밍을 덧칠해서는 절대 그 본질을 개선할 수 없습니다. 외부에서 보는 사람은 모를 수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지요.
명칭이 변화하는 만큼 반드시 본질도 변화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https://www.linkedin.com/in/kay-woojae/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https://hahahahr.com/kay , 네이퍼카페 "팀장클럽", 코치닷 정기 연재
★ 팟빵: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90236?ucode=L-gqIVtpiB
★ 네이버TV: https://tv.naver.com/v/51992040
★ 리더십 칼럼 기고: 대기업 내부 블로그, HR인사이트 등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리더십 강의 진행: 러닝스푼즈, IT 스타트업, 국가기관 등
https://learningspoons.com/course/detail/leader-communication/
★ 글쓰기 모임 운영: 작심삼일 글쓰기, 두들린 체인지 스터디 ‘리더의 글쓰기’ 등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