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취업불법체류자가 한국인의 일자리들을 점령하다.

불법 체류자들의 무제한 고용은 비단 식당 서비스 업종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중소 제조업 공사장 등 육체노동 현장에서 불법 체류자 고용이 만연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범법으로 인식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값싼 외국인 인력을 언제라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더 비싼 임금을 주고 내국인을 고용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당 서비스업이나 기타 제조업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큰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육체적 노동 직종일수록 심해지는데, 그러다 보니 한국인 신규 인력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 나라를 떠받치는 인간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건설업계에서는 젊은층이 더 이상 유입되지 않아 현장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전수가 되지 않고, 한국인 기능 인력들의 맥이 끊어지다시피 했습니다. 이렇게 되도록 20~30년 동안 노동 현장을 방치해 온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지구상에는 하루 1달러짜리 일자리가 없어서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하늘만 쳐다보며 하루를 보내는 국민을 가진 나라가 부지기수입니다.

외국인이 300만 명이나 들어와서 일을 할 정도로 일자리가 넘쳐나는데도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치는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외국인 노동자 숫자는 제가 미국에 있을 때인 2012년도에 우리나라에 150만 명이었는데, 불과 8년도 되지 않아 그 두 배의 숫자로 늘어났습니다.

한 나라의 노동 정책의 기본은 일자리 확보를 통해 자국민의 고용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일자리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이런 소중한 일자리가 더 이상 외국인용 일자리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부터 3D 업종 기피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에서 인력난에 시달렸고, 임시방편으로 노동자 수입을 통해 상황을 타개해 왔습니다. 근본적인 노동 정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그때그때 중소기업의 인력을 배치하는 형식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왔기 때문에 경쟁력 상실과 경제 상황의 변화로 도태되어야 할 수많은 부실 기업들이 저렴한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해 공장을 운영하거나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싼 임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타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중에는 한국인 고용 의무 노력은 그냥 형식에 불과했고, 모든 생산직 직원이 100%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 활동이 자국민 고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결과까지 치닫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한 번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발적인 출국을 하지 않고 대부분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다 못해 한 번 나갔다 오는 신용만 해도 우선적으로 일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그조차도 따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불과 3~4년 일해서 고국의 집을 사고 부자가 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나라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유일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 때문에 한 번 들어온 외국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국에 남아 있으려고 합니다.

남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사돈의 팔촌까지 다 불러들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소기업은 계속해서 산업 인력을 요청하고, 합법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불법 체류자가 되는 악순환이 20년 넘게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는 한 번 들어오면 나갈 필요가 없는 불법 체류자 천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농촌, 어촌, 동네 분식집, 철공소 할 것 없이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외부에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더 싼 인건비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경제 이론상 불법 체류자 고용 현상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싼 임금을 찾아나서는 고용주들은 아프리카인이든 방글라데시인이든 가리지 않고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육체 노동을 해서도 충분히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도록 정부가 앞장서고 노력해야 합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문제를 외면한다고 있는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불법 체류자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편법으로 돌려가면서 막으려고 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날이 올 것입니다.

수출 증가나 경제 발전의 효과가 내국인에게 먼저 돌아갈 수 있게 모든 경제 정책을 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래야 내수도 일어나고 경제도 돌아가며, 저축도 하고 결혼도 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가 됩니다.

한 달 내내 1년 12달 정직하게 일하고도 빈곤에서 탈출하기는커녕 당장 눈앞의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면, 그것은 개개인이 못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나라가 잘못된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