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청업체에 노조가 설립되고 한 달 뒤 원청이 해당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원청이 부당노동행위 주체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도급계약 해지엔 경영난이라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17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는 지난 11일 AGC화인테크노코리아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회사 측 손을 들어주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도급계약이 해지되면서 하청업체가 폐업하고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모두 해고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청이 하청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노조 설립하자 폐업, 해고...원청이 '지배·개입'했나
AGC화인테크노코리아(아사히글라스)의 하청업체 GTS에 노조가 설립된 건 지난 2015년 5월 29일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6월 31일 아사히글라스는 GTS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GTS는 폐업 수순을 밟았고, GTS 소속 근로자들은 8월 31일에 해고됐다. 노조가 설립되고 약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해고된 근로자들은 도급계약 중도 해지를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아사히글라스가 노조 설립을 이유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경북지노위는 원청인 아사히글라스와 GTS 근로자들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없고 GTS의 폐업으로 구제실익이 없다며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중노위는 "아사히글라스는 GTS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해 그 소속 근로자들이나 노조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 위축 또는 침해되는 행위를 했고, 이는 노동조합법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판정했다.
또한, 도급계약 중도 해지로 해고된 GTS 근로자들에 대한 생활안정 및 재취업 등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구제명령했다.
아사히글라스는 즉각 반발했다. 아사히글라스는 자신들이 사업주 권한과 책임이 없어 부당노동행위 주체가 아니며, 도급계약 해지는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반박했다. 생활안정 및 재취업 등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는 중노위의 구제명령도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연달아 부당노동행위 불인정...대법만 "원청이 행위 주체"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갔고 법원은 연달아 회사 측 손을 들었다. 1심은 아사히글라스가 부당노동행위 사용자가 아니라고 인정했다. 또한, 2015년 아사히글라스는 관계회사 두 곳의 매출액이 전년보다 감소하면서 유휴시설과 유휴인력 문제가 발생했다. 법원은 이 같은 경영상 필요가 도급계약 해지로 이어졌다고 봤다.
중노위의 구제명령에 대해서도 "생활안정 및 재취업 등 지원 대책은 각 근로자들마다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고 내용도 불명확해 사용자가 이행 가능한 구제명령으로 볼 수 없다"며 위법한 구제명령이라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아사히글라스가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서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렇다 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아사히글라스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원심과 달리 아사히글라스가 부당노동행위 주체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아사히글라스가 GTS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 및 방식에 미친 영향력, 지배력의 내용과 정도, 도급계약이 해지되면서 GTS가 폐업하고 GTS 근로자들이 모두 해고된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심이 아사히글라스가 GTS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그러나 아사히글라스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같은 날 대법원은 아사히글라스가 GTS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 선고 후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성명을 내고 "대법원은 아사히글라스의 불법 파견을 인정하면서도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아 아쉬운 판단을 했다"며 "하청 노동자의 정당한 노조 활동에 원청이 부당하게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바로잡지 못하면 그 영향은 모든 현장의 간접고용·하청·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간다는 것을 대법원은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계약이 해지돼 해고된 것은 누가 봐도 원청의 노조 파괴인데, 대법원에서 결국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며 "결국 노동조합법을 개정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절실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출처: 노동법률, 2024.7.17.)
하청업체에 노조가 설립되고 한 달 뒤 원청이 해당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원청이 부당노동행위 주체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도급계약 해지엔 경영난이라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17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는 지난 11일 AGC화인테크노코리아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회사 측 손을 들어주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도급계약이 해지되면서 하청업체가 폐업하고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모두 해고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청이 하청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노조 설립하자 폐업, 해고...원청이 '지배·개입'했나
AGC화인테크노코리아(아사히글라스)의 하청업체 GTS에 노조가 설립된 건 지난 2015년 5월 29일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6월 31일 아사히글라스는 GTS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GTS는 폐업 수순을 밟았고, GTS 소속 근로자들은 8월 31일에 해고됐다. 노조가 설립되고 약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해고된 근로자들은 도급계약 중도 해지를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아사히글라스가 노조 설립을 이유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경북지노위는 원청인 아사히글라스와 GTS 근로자들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없고 GTS의 폐업으로 구제실익이 없다며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중노위는 "아사히글라스는 GTS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해 그 소속 근로자들이나 노조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 위축 또는 침해되는 행위를 했고, 이는 노동조합법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판정했다.
또한, 도급계약 중도 해지로 해고된 GTS 근로자들에 대한 생활안정 및 재취업 등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구제명령했다.
아사히글라스는 즉각 반발했다. 아사히글라스는 자신들이 사업주 권한과 책임이 없어 부당노동행위 주체가 아니며, 도급계약 해지는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반박했다. 생활안정 및 재취업 등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는 중노위의 구제명령도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연달아 부당노동행위 불인정...대법만 "원청이 행위 주체"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갔고 법원은 연달아 회사 측 손을 들었다. 1심은 아사히글라스가 부당노동행위 사용자가 아니라고 인정했다. 또한, 2015년 아사히글라스는 관계회사 두 곳의 매출액이 전년보다 감소하면서 유휴시설과 유휴인력 문제가 발생했다. 법원은 이 같은 경영상 필요가 도급계약 해지로 이어졌다고 봤다.
중노위의 구제명령에 대해서도 "생활안정 및 재취업 등 지원 대책은 각 근로자들마다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고 내용도 불명확해 사용자가 이행 가능한 구제명령으로 볼 수 없다"며 위법한 구제명령이라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아사히글라스가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서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렇다 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아사히글라스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원심과 달리 아사히글라스가 부당노동행위 주체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아사히글라스가 GTS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 및 방식에 미친 영향력, 지배력의 내용과 정도, 도급계약이 해지되면서 GTS가 폐업하고 GTS 근로자들이 모두 해고된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심이 아사히글라스가 GTS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그러나 아사히글라스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같은 날 대법원은 아사히글라스가 GTS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 선고 후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성명을 내고 "대법원은 아사히글라스의 불법 파견을 인정하면서도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아 아쉬운 판단을 했다"며 "하청 노동자의 정당한 노조 활동에 원청이 부당하게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바로잡지 못하면 그 영향은 모든 현장의 간접고용·하청·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간다는 것을 대법원은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계약이 해지돼 해고된 것은 누가 봐도 원청의 노조 파괴인데, 대법원에서 결국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며 "결국 노동조합법을 개정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절실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출처: 노동법률, 2024.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