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소방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현대차의 근로자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회사 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현대차에서 비생산 공정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는 전날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소방 업무를 한 A 씨 등 3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주며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원심은 "A 씨 등은 현대차의 환경안전팀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과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현대차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현대차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소방 업무' 통째 협력업체로… 불법파견 다툼으로 소송을 제기한 A 씨 등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소방설비 점검, 방화, 순찰, 소방 훈련 등의 소방 업무를 수행했다. 전주공장엔 이들과 같은 업무를 하는 정규직이 없었고, 전주공장 정규직으로 이루어진 환경안전팀이 소방 업무를 총괄ㆍ관리했다.
현대차가 조별 근무시간을 지정하면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협의 후 근무편성표를 작성했다. 작성한 근무편성표는 환경안전팀의 결재를 받았다. 근무편성표엔 근로자별 근무시간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또한, 작업 형태, 근태, 연장, 실작업시간 등이 담긴 작업일보를 매일 작성했는데, 이 역시 환경안전팀의 결재를 받았다.
A 씨 등은 자신들이 현대차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아 일했다며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그러나 회사는 소방 업무를 협력업체에 전적으로 도급 위탁했고 전주공장의 주요 업무인 자동차 생산 업무와는 명백히 구별된다며 근로자 파견관계를 부정했다.
1심은 "소방 업무와 자동차 생산 업무는 명확하게 구별되고 소방 업무는 작업량, 작업 내용 면에서 주요 업무인 자동차 생산과 연동될 여지가 없고 대체 가능성 또한 전혀 없다"며 회사 측 손을 들었다. 이어서 "A 씨 등이 구조적ㆍ상시적으로 현대차 정규직과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구성돼 공동 작업을 했거나, 정규직의 업무를 대신했다고 볼 수 없다"며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한 요청이나 지시는 업무가 효율적으로 수행되도록 한 것으로, 극히 예외적으로 있었을 뿐만 아니라 소방 업무의 목적을 위해 필요한 지시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을 뒤집는 판단을 내놨다. 2심은 "A 씨 등은 현대차에서 작성한 체크리스트, 소방설비별 유의사항에 따라 설비 점검 업무를 수행하고, 소방안전교본에 따라 종합방재실 업무를 수행, 현대차가 지정한 코스, 장소에 따라 방화 및 순찰 업무를 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A 씨 등은 모든 업무에 대한 업무일지, 점검일지를 매일 작성해야 했는데, 일지에 대한 결재도 정규직에게 받았다. 결재권자는 미진한 업무에 대해 개별 지시를 하고 그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현대차의 지시 정도를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지시권의 범위 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이는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상당한 지휘ㆍ명령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대법 '원심 유지'… 비생산 공정서 최초 불파 인정 회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은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회사의 지휘ㆍ명령을 받으며 소방 업무에 종사한 A 씨 등이 회사와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은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현대차 비생산 공정에서 처음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다양한 공정, 업무에서 불법파견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선 불법파견 영역이 확대돼 달갑지 않은 판결이다. 직접 생산에서 간접 생산으로 번졌던 분쟁은 최근에 와선 시설 관리, 경비, 소방 등 협력업체가 맡는 업무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광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그동안은 조립 등 직접 생산, 또는 물류나 설비 보전, 검사 등과 같은 간접 생산에서만 불법파견을 다퉜는데, 소방 업무는 미화 업무나 보안 업무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비생산 공정에 해당한다"며 "소방 업무가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았다는 건 현대차가 광범위하고 무분별하게 불법파견을 사용해 왔음을 확정적으로 밝혀주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조 측은 이번 대법 판결에도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소방 업무가 정규직이 수행하는 업무로 전환돼 A 씨 등이 소방 업무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전주공장의 소방 업무는 원고들의 소 제기 시점 직전에 외주화돼 지금은 외부 소방업체에서 인력을 파견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여전히 현대엔지니어링을 중간 원청으로 한 2차 하청"이라며 "현대차가 지시 체계 변화를 이유로 불법파견 여지가 없다고 하면 정규직 지위를 확인받은 원고들이 본인의 공정이 아닌 다른 공정으로 강제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출처: 노동법률, 2024.6.18.)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소방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현대차의 근로자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회사 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현대차에서 비생산 공정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는 전날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소방 업무를 한 A 씨 등 3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주며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원심은 "A 씨 등은 현대차의 환경안전팀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과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현대차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현대차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소방 업무' 통째 협력업체로… 불법파견 다툼으로 소송을 제기한 A 씨 등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소방설비 점검, 방화, 순찰, 소방 훈련 등의 소방 업무를 수행했다. 전주공장엔 이들과 같은 업무를 하는 정규직이 없었고, 전주공장 정규직으로 이루어진 환경안전팀이 소방 업무를 총괄ㆍ관리했다.
현대차가 조별 근무시간을 지정하면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협의 후 근무편성표를 작성했다. 작성한 근무편성표는 환경안전팀의 결재를 받았다. 근무편성표엔 근로자별 근무시간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또한, 작업 형태, 근태, 연장, 실작업시간 등이 담긴 작업일보를 매일 작성했는데, 이 역시 환경안전팀의 결재를 받았다.
A 씨 등은 자신들이 현대차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아 일했다며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그러나 회사는 소방 업무를 협력업체에 전적으로 도급 위탁했고 전주공장의 주요 업무인 자동차 생산 업무와는 명백히 구별된다며 근로자 파견관계를 부정했다.
1심은 "소방 업무와 자동차 생산 업무는 명확하게 구별되고 소방 업무는 작업량, 작업 내용 면에서 주요 업무인 자동차 생산과 연동될 여지가 없고 대체 가능성 또한 전혀 없다"며 회사 측 손을 들었다. 이어서 "A 씨 등이 구조적ㆍ상시적으로 현대차 정규직과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구성돼 공동 작업을 했거나, 정규직의 업무를 대신했다고 볼 수 없다"며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한 요청이나 지시는 업무가 효율적으로 수행되도록 한 것으로, 극히 예외적으로 있었을 뿐만 아니라 소방 업무의 목적을 위해 필요한 지시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을 뒤집는 판단을 내놨다. 2심은 "A 씨 등은 현대차에서 작성한 체크리스트, 소방설비별 유의사항에 따라 설비 점검 업무를 수행하고, 소방안전교본에 따라 종합방재실 업무를 수행, 현대차가 지정한 코스, 장소에 따라 방화 및 순찰 업무를 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A 씨 등은 모든 업무에 대한 업무일지, 점검일지를 매일 작성해야 했는데, 일지에 대한 결재도 정규직에게 받았다. 결재권자는 미진한 업무에 대해 개별 지시를 하고 그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현대차의 지시 정도를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지시권의 범위 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이는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상당한 지휘ㆍ명령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대법 '원심 유지'… 비생산 공정서 최초 불파 인정 회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은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회사의 지휘ㆍ명령을 받으며 소방 업무에 종사한 A 씨 등이 회사와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은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현대차 비생산 공정에서 처음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다양한 공정, 업무에서 불법파견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선 불법파견 영역이 확대돼 달갑지 않은 판결이다. 직접 생산에서 간접 생산으로 번졌던 분쟁은 최근에 와선 시설 관리, 경비, 소방 등 협력업체가 맡는 업무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광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그동안은 조립 등 직접 생산, 또는 물류나 설비 보전, 검사 등과 같은 간접 생산에서만 불법파견을 다퉜는데, 소방 업무는 미화 업무나 보안 업무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비생산 공정에 해당한다"며 "소방 업무가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았다는 건 현대차가 광범위하고 무분별하게 불법파견을 사용해 왔음을 확정적으로 밝혀주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조 측은 이번 대법 판결에도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소방 업무가 정규직이 수행하는 업무로 전환돼 A 씨 등이 소방 업무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전주공장의 소방 업무는 원고들의 소 제기 시점 직전에 외주화돼 지금은 외부 소방업체에서 인력을 파견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여전히 현대엔지니어링을 중간 원청으로 한 2차 하청"이라며 "현대차가 지시 체계 변화를 이유로 불법파견 여지가 없다고 하면 정규직 지위를 확인받은 원고들이 본인의 공정이 아닌 다른 공정으로 강제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출처: 노동법률, 2024.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