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삼호 노조가 27일 광주고용노동청 앞에서 22살 잠수사 이승곤 씨의 중대재해 사망에 대해 원청인 HD현대삼호의 책임과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지난 5월 9일, HD현대삼호중공업의 사내하청업체 도우 소속 스물두 살의 새내기 잠수사 이승곤 씨가 중대재해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지 18일이 지났지만, 아직 장례가 치러지지 않고 있다. 이는 원청인 HD현대삼호가 유가족에게 사과와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곤 씨는 HD현대삼호 사업장 내 돌핀 안벽에 정박해 있는 선박 하부의 따깨비 제거작업을 수행하던 중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다음 날인 5월 10일 숨졌다.

유가족은 고인의 장례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HD현대삼호는 유가족에게 사과와 책임 인정을 거부하고 있으며, 장례식장이나 유가족을 찾은 적도 없다. 유족 협상에는 하청업체만 내보내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족과 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는 HD현대삼호 정문에서 출근 선전을 진행하며 원청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목포지청 앞에서도 매일 점심시간에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가족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HD현대삼호와 하청업체 도우 법인 및 경영책임자들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하며 구속 및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영책임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의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해야 한다(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 그러나 HD현대삼호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표면공급식 잠수작업을 위해 4명(2인 1조)이 작업 중이었으나, 법적으로 필요한 감시자 2명을 배치하지 않고 1명만 배치했으며, 통신 장치나 신호밧줄도 없이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선박 2척이 이중 정박된 상태에서 보트 대기 등 응급사태에 대한 안전조치도 없이 작업을 시켜 구조 시간이 지체되어 고인의 생명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고인은 입사 7개월에 잠수작업 경험이 한 달 반에 불과한 새내기 잠수사였다. 원청과 하청업체는 그에게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무리한 작업을 강행시켰다.

이번 사고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생산을 우선시하는 조선업종의 구조적 문제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