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news전국삼성전자노조 첫 단체행동, 건물 출입 가로막은 삼성

이민호
2024-04-17

예상 인원 두 배 2천여명 집결 … 노조 다음달 24일 서초사옥 앞 단체행동 예고

전국삼성노조 유튜브 갈무리


삼성전자 노동자 2천여명이 모여 사측에 노동존중을 실천하라고 외쳤다. 창사 이래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해 조합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삼성전자는 노조와 교섭 대신 노사협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등 노조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국삼성전자노조(위원장 손우목)는 17일 정오 경기 화성시 부품연구동(DSR) 타워 앞에서 문화행사 형식의 집회를 열었다. 당초 로비에 모일 예정이었지만 이날 사측은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노조 관계자의 건물 진입을 막고 대체 장소에서 행사를 개최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 간부와 사측 관계자 간 실랑이 끝에 노조는 건물 앞에서 단체행동을 진행하는 것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노조는 ‘1천명 집결’을 목표로 했는데 목표 인원의 두 배에 달하는 약 2천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DSR 앞에 모여 ‘노동존중 실천하라’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로비를 열어라” “노조탄압 중단하라”고 외쳤다.

‘불투명’ 성과급 산정, ‘불통’ 임금 결정
누적된 불만 터져 나와

손우목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첫 단체행동인데 역사적 순간을 조합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삼성전자를 ‘노동을 존중하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언에 나선 조합원 A씨는 “삼성은 1등은커녕 3등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경영진 실책에도 이들은 어마어마한 퇴직금을 챙겨서 나가고 임원들의 보수 한도는 인상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12만 직원들을 대표한다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8명이 (협의를 거쳐) 얻어온 베이스업(기본인상률)은 3%에 불과하다”며 “회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이날 단체행동을 하게 된 배경에는 더 이상 ‘노조 패싱’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 직원들 사이에서도 확산됐기 때문이다. 노조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14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중지 이후 사측에서 추가안을 제시하는 등 움직임이 없었다. 애초에 노사교섭이 결렬된 것도 2023·2024 임금협상 병합 조건이었던 휴가 제도 개선과 관련해 사측이 입장을 번복한 탓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그런데 사측은 지난달 29일 노사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5.1%(기본인상률 3%, 성과인상률 2.1%)로 결정됐다고 공지했다. 지난해에도 2022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 만큼 노사협의회를 통해 사측이 교섭을 무력화하고 노조 패싱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로비 화단 설치에 출입도 막아

이날 행사는 물리적 충돌 없이 종료됐다. 그런데 사측이 행사 진행을 방해하고 로비 출입을 제한한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는 게 노조 지적이다. 노조가 17일 단체행동을 예고한 상태에서 사측은 지난 주말 DSR 로비에 “봄맞이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 조성” 이유로 화단 설치를 급조했고 노조는 단체행동 방해 목적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오전에는 노조 관계자의 로비 출입을 막았다. 실내에서 행사가 진행될 경우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사측은 로비 대신 버스승강장이나 운동장 등 대안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날 집회 이후 사측에 ‘임금인상 거부’ 의사를 밝힌 845명 조합원 명단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노사협의회를 거쳐 일방적으로 임금인상률을 결정할 게 아니라 노사교섭을 통해 합의가 이뤄졌을 때 임금인상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그간 삼성에서 벌어진 노조탄압으로 인해 조합원들이 (드러내고 활동하길) 두려워했다”며 “명단 제출은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의미이자, 무노조 경영을 우리가 깨뜨리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사측은 노조에 조합원은 ‘2024년 임금 조정’ 결과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회사에 명시적으로 통보된 조합원은 임금인상을 적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다음달 24일 서초사옥 앞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사측의 전향적 태도에 따라 (집회 성격과 투쟁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며 “문화행사 형태가 될 수도 있고 파업선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