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news대기업 채용 한파와 ‘중고신입’ 시대: 좁아지는 취업문: 어떻게 돌파할까?

Ian, cho
2025-02-28

한 대학 졸업생이 교내 게시판에 붙은 공개채용 공고문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신입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국내 취업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 10곳 중 6곳(61.1%)이 올해 대졸 신입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거나 아예 채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응답했다. 이는 전년도 동일 조사 대비 그러한 기업 비율이 6.6%p 증가한 수치로, 채용 시장 위축이 뚜렷해진 결과다. 채용 계획이 “미정”인 곳이 41.3%, “계획이 없다”는 곳이 19.8%였으며, 실제 신규 채용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10곳 중 4곳도 채 되지 않는 38.9%에 불과했다. 채용을 진행하는 소수 기업들 역시 대부분 채용 규모를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축소할 계획이고, 신규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12.2%에 그쳤다. 기업들이 채용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수익성 악화로 인한 경영 긴축”이 꼽혔다 . 국내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제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겹치며 기업들이 고용을 쉽게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채용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


공채 대신 수시채용… 신입보다는 경력 선호 뚜렷

채용 규모 축소와 더불어 채용 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주요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공개채용(공채)을 통해 신입 사원을 일괄 모집했지만, 이제 이러한 전통적 방식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과거처럼 공채로 인재를 구하지 않고 수시채용으로 완전 전환된 지 오래다”는 현장 증언이 나올 정도로, 기업들은 필요한 때에만 인력을 뽑는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추세다. 실제 한 조사에서 기업 인사담당자의 24.5%는 “계획했던 신입 채용을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경력직 수시 충원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 이 밖에도 21.3%는 전체 채용 규모 자체를 줄이고 있고, 17.0%는 신입 채용을 기존 공채 방식 대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고 응답했다. 즉, 경력직 위주의 수시채용이 새로운 채용 문화로 자리잡으며 신입 채용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밑바탕에는 “직무 역량 중심”의 인재 선발 경향이 깔려 있다. 한 대학교 취업지원팀장은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인재상은 업무 수행 능력이 검증된 인재”라며, 스펙보다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직무역량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예전처럼 학벌, 학점, 어학점수 등 이력서 스펙만으로 가능성을 평가하기보다, 이미 실무 경험을 갖추어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원자를 기업들이 선호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신입 공채보다는 필요 시 경력 인력을 뽑거나, 신입을 뽑더라도 경력자에 준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 조사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비경력자의 취업 확률은 1.4%로, 경력자(2.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10년까지만 해도 신입과 경력직 간 취업 성공률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십여 년 사이 기업들의 “경력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제 경력이 없는 청년층은 취업 문턱 자체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중고신입’ 시대의 명암 – 포스코 사례 논란

경력 직원을 우대하는 흐름 속에서, 최근에는 아예 “경력 기반 신입사원”을 별도로 모집하는 이례적인 사례까지 등장했다. 일명 ‘중고신입’이라 불리는 이러한 채용은 “경력은 요구하지만 처우는 신입사원으로 하는” 형태를 뜻한다. 신입과 경력직의 중간쯤에 위치한 개념으로, 보통 2년 내외의 경력을 가진 취업준비생을 지칭한다 . 이들은 신입처럼 나이는 비교적 젊고 조직 적응력이 높으면서도, 기본적인 업무 능력과 실무 감각을 갖추고 있어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최선호 인재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물정 모르는 신입사원보다는 쓰임새가 더 크다”는 것이다. 신입사원 연수(OJT)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으로 숙련 인력을 확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포스코가 2025년 2월 공고한 경력기반 신입사원 모집 안내.


지원자에게 제조업 생산직 5년 미만 경력을 요구하면서도 채용 직급은 신입사원으로 시작하는 조건이 담겨 있다. 이러한 “경력 있는 신입” 채용에 대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임금 절감 목적이라는 비판과 경력자에게도 열린 기회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최근 포스코가 ‘경력기반 신입사원 채용’을 실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포스코는 올해 2월 말 생산기술직 분야 채용 공고를 내면서 “제조업 생산 직무 5년 미만 경력 보유자”만을 지원 자격으로 명시했다. 해당 경력을 갖춘 지원자를 신입사원으로 특별 채용하겠다는 취지인데, 입사 시 과거 경력은 인정되지 않고 초임 등 처우는 신입과 동일하다고 한다. 이 공고가 나오자 구직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경력은 요구하면서 대우는 신입으로 해주겠다는 건데, 노골적으로 임금을 줄이겠다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한 취업준비생은 “경력 기반 신입사원이라니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중고신입’ 채용 전형이 다른 기업에도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는 오히려 이러한 방식을 또 다른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었다. 중소기업에서 3년간 경력을 쌓은 한 지원자는 “현재 연봉이 포스코 신입 초봉의 절반 수준”이라며, “경력을 포기하고라도 대기업 신입으로 갈 수 있다면 향후 더 큰 성장 기회”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경력+신입’ 채용 방식의 등장은 청년 취업난 속에서 기업과 구직자 모두의 셈법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만 기업들의 인력 확보 전략 변화가 현장에서 일종의 ‘을의 취업’을 강요한다는 비판도 있어,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고용 공정성과 세대 간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취업준비생의 위기 – 좁아지는 입사문, 길어지는 취업활동

채용 시장 환경이 이렇다 보니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 취업포털 조사에 따르면 최근 대학생들의 첫 취업 준비 기간은 평균 11.5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후 1년 가까이 취업준비에 매달려도 마땅한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당수 청년들이 “취업준비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극심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 수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대기업 정규직 취업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5% 안팎이지만, 구직 단념자나 비정규 일자리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20%를 웃도는 실정이다.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한 청년들은 고시 공부나 공무원 시험 등 “플랜 B”를 선택하거나, 아예 니트(NEET)족으로 지내며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20대 청년 백수가 43만8천 명에 달한다”는 보도처럼 , 취업 대기자로 남는 젊은 층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으로 취업 관문이 좁아지자 전략을 바꿔서 돌파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앞서 언급한 ‘중고신입’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배경에는, 청년들이 경력 사다리를 타고서라도 궁극적으로 좋은 일자리에 올라서려는 전략적 선택이 있다. 예전처럼 한 번에 대기업이나 공기업 정규직에 안착하기를 바라기보다, 처음에는 중소·중견기업 등 B급, C급 일자리라도 일단 들어간 뒤 경력을 쌓아 점차 상위 기업으로 이직하려는 것이다 . 실제로 많은 취준생들이 “일단 합격해서 입사하는 데 성공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첫 직장의 처우가 다소 낮더라도 경력을 쌓는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 그렇게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나중에 조건이 더 좋은 곳으로 ‘점프’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취업시장에도 “계단식 경력 이동”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생존 해법은? 실무 역량 강화와 유연한 커리어 구축

그렇다면 취업준비생들은 점점 좁아지는 채용문 앞에서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직무 역량 강화”를 강조한다. 앞서 영남대 노경윤 취업지원팀장이 언급했듯이, 이제 “스펙보다 현장 실무능력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대학생 때부터 직무 관련 경험을 쌓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구직자들은 인턴십, 산학협력 프로젝트, 현장 실습,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희망 직무와 관련된 작은 경험이라도 만들어 놓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경험은 이력서의 경력란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면접 시 “바로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ICT 활용 능력이나 외국어 등 부가 역량도 중요하다. 최근 채용전형에서 AI 역량검사나 직무 프리젠테이션 등 실무 테스트 비중이 커지는 추세이므로, 지원 분야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충분히 연마해야 한다. 취업준비 모임에 참여하거나 현직자 멘토링을 받는 등 정보 수집과 인맥 구축도 도움이 된다. 한편으로는 목표 기업과 직무를 유연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첫 직장에서 반드시 대기업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경력이 될 만한 일자리라면 폭넓게 도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시작하더라도 성장 경험을 쌓으면 훗날 충분히 커리어 업그레이드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공 부문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상대적으로 일자리 안전성이 높은 공공기관들도 최근 수시채용과 경력 요구 추세를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청년 고용 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일정 수준의 신입 채용 통로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청년 채용 비율을 독려하며 버팀목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로 2023년 공공기관 신규 채용은 전년 대비 줄었으나 일부 기관에서는 채용 규모를 늘리는 등 상반된 움직임도 있었다. 공공 부문 취업을 목표로 할 경우 철저한 NCS 직업기초능력 준비와 기관별 필기·면접 대비가 필요하다. 다만 지원자 쏠림이 심해 경쟁률이 높으므로, 민간기업 지원과 병행하며 복수의 플랜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용 시장의 향후 전망 – 구조적 변화에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채용 한파와 경력직 선호 경향이 단기 경기침체뿐 아니라 구조적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고 진단한다.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면서,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는 경향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대다수 대기업이 연중 수시채용 체제로 전환한 만큼, 과거와 같은 대규모 정기 공채 부활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 상황이 나아져도 기업들은 “필요한 만큼만 뽑는” 신중한 채용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년 연장이나 경력직의 이직 감소 현상 등으로 내부 인력 이동이 둔화하면, 신입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청년 실업 문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의 요구 수준은 높아지는데 사회 초년생이 경력을 쌓을 기회는 부족해지는 미스매치가 심화되면, 취업 포기층의 증가나 경력 단절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업과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인턴십 프로그램 확대나 신입 연수 효율화 등을 통해 신입 채용 여력을 마련하고, 정부는 세제 지원이나 고용 보조금 등의 인센티브로 기업들의 채용을 유도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고용 여력을 높여야 한다며, *통합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고용 여력을 넓히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직업교육 및 훈련 시스템을 강화하여 청년들이 졸업 전에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장기적으로 중요하다.

현재의 채용 절벽은 단순히 한 해의 경기 사이클로 끝날 일이 아니라, 고용 패러다임 전환과 맞물린 난제다. 그렇기에 취업준비생들은 달라진 환경에 맞춰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수밖에 없다. 동시에 사회 전반적으로는 청년들이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을 어떻게 마련할지 지혜를 모을 때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이지만, 한편으로는 능동적으로 역량을 개발하는 인재에게는 언제든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정부와 기업, 구직자들이 한발 앞선 대비와 유연한 대응에 나설 때,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도 다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한국경제인협회 ‘2025년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 (대기업 61% 2025년 상반기 신규채용 없거나 미정, 한경협 "세제지원 시급") (취업문 더 좁아지네…대기업 61% “상반기 채용 없거나 미정”) (대기업 61% 2025년 상반기 신규채용 없거나 미정, 한경협 "세제지원 시급"); 한국은행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고용’ 보고서 (“현장경험 인력이 최고”…경력기반 신입사원 뽑는다는 포스코 놓고 시끌 왜?) (“현장경험 인력이 최고”…경력기반 신입사원 뽑는다는 포스코 놓고 시끌 왜?); 노컷뉴스 「'중고신입'만 찾는다는 기업들…중고신입이 뭐길래?」 ( '중고신입'만 찾는다는 기업들…중고신입이 뭐길래? - 노컷뉴스 ) ( '중고신입'만 찾는다는 기업들…중고신입이 뭐길래? - 노컷뉴스 ) ( '중고신입'만 찾는다는 기업들…중고신입이 뭐길래? - 노컷뉴스 ); 매일경제 「“현장경험 인력이 최고”…경력기반 신입사원 뽑는다는 포스코 놓고 시끌」 (“현장경험 인력이 최고”…경력기반 신입사원 뽑는다는 포스코 놓고 시끌 왜?) (“현장경험 인력이 최고”…경력기반 신입사원 뽑는다는 포스코 놓고 시끌 왜?); 기타 통계청 및 언론보도 (인사담당자들 "올해 신입채용 감소…경력 이직도 어려워" : hahahahr.com) (South Korea: job-seeking period of the youth 2024 | Statista).


(글 : 조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