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년간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 엔비디아(NVIDIA), 구글(Google) 등의 기업들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 있는 근로시간 현황과 생산성 지표(노동자 1인당 생산량 및 총 생산량)를 살펴보고, 장시간 근로가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 연구 자료를 통해 평가한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근로시간 현황
TSMC(타이완 반도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최근 “평균 근로시간이 주당 50시간을 넘지 않는다”라고 밝힌다. 다만 신공정 도입이나 신규 공장 건설 등 특정 시기에는 예외적으로 최대 주 60시간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한편, 일부 미국 지사 직원들은 “12시간 교대 근무와 주말 근무가 흔해 워라밸이 잔인할 정도”라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는 대만 본사 중심의 장시간 근로 문화가 미국에서는 충돌을 빚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엔비디아(NVIDIA)
AI 열풍으로 급성장한 엔비디아는 업무 강도가 매우 높기로 알려진다. 한 보고에 따르면 일부 엔지니어들은 주 7일 출근하여 새벽 2시까지 일하기도 하며, 회사 분위기는 “압력솥”과 같다고 묘사된다. 이러한 극단적 장시간 근무에도 불구하고, 높은 스톡옵션과 급여 등 **“황금 족쇄”**로 불리는 보상 체계 덕분에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고 분석된다. 다만 모든 직원이 이렇게 일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엔비디아가 AI 칩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핵심 인재들에게 높은 부담을 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구글(Alphabet)
구글은 전통적으로 자율성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를 보여왔다. 한때 직원이 근무시간의 20%를 개인 프로젝트에 쓸 수 있게 하는 등 창의성과 유연한 근무를 장려해왔다. 실제로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는 “구글은 워라밸을 중시하여 일찍 퇴근하고 재택근무를 허용했지만, 그 때문에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구글이 장시간 노동보다는 효율과 혁신에 초점을 맞춰왔음을 시사한다. 엔비디아 같은 경쟁사들과 대조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노동 생산성 지표: 1인당 생산량 및 총 생산량
세계적인 반도체 및 IT 기업들은 적정 인력 규모로 막대한 생산성과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매출액 대비 직원 수(Revenue per Employee)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TSMC
전 세계에 약 7만 명의 직원을 두고 2023년 약 69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직원 1인당 약 141만 달러의 매출 생산성을 낸다. TSMC의 연간 총 생산 규모(웨이퍼 출하량 등)도 2018년 대비 2022년에 거의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엔비디아(NVIDIA)
약 3만 명 남짓한 직원으로 2024 회계연도에 609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였으며, 직원 1인당 약 382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된다. 폭발적인 AI 수요로 인해 최근 1년 사이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하면서 노동자당 생산성도 크게 상승하였다.
구글(Alphabet)
약 19만 명의 직원을 두고 2023년에 2,8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직원 1인당 약 168만 달러 정도의 매출 생산성을 보인다. 이는 2018년에 비해 총매출이 두 배로 성장하면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이러한 수치들은 반도체 및 IT 기업들이 인력 1인당 매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반도체 제조업은 자동화 설비와 고도의 기술 투자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꾸준히 높여온 산업이다. 실제로 미국 반도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시간당 산출)은 제조업 평균을 훨씬 상회하며, 반도체 기술 발전이 전체 경제 생산성 향상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는 분석이 있다. 즉, 총 생산량 증대는 주로 기술 혁신과 자본 투입에 기인하며, 단순히 근로시간을 늘린 결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근로시간과 생산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분석
근로시간과 생산성의 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주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장시간 노동에는 생산성의 체감효용 감소(diminishing returns)가 나타난다.
학술 연구 결과
스탠퍼드대 John Pencavel 교수의 연구는 노동시간과 산출량의 비선형 관계를 밝혀냈다. 일정 임계점까지는 노동시간 증가에 따라 산출이 비례 증가하나, 주 약 48~50시간을 넘어서면 추가 근무의 한계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군수공장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주 55시간 이상 일해도 총산출은 50시간대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둔화되었으며, 그 이상에서는 오히려 생산량이 감소하기까지 했다. 이는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이 작업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Pencavel 교수는 장시간 노동의 효과 저하는 블루칼라뿐 아니라 화이트칼라 직종에서도 나타나며, 건강 악화와 산업재해 위험까지 높인다고 지적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결론짓는다.
OECD 비교 분석
OECD 국가들의 장기 통계는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은 반비례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 OECD 연구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짧은 국가일수록 시간당 생산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더 오래 일할수록 노동 산출이 줄어드는” 음의 상관관계가 관찰된다. 예를 들어 독일, 네덜란드 등은 연간 근로시간이 비교적 적으면서도 노동생산성이 최고 수준이고, 한국처럼 연간 노동시간이 긴 국가들은 시간당 생산성 지표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는 효율적인 작업문화와 휴식 보장이 오히려 노동자의 집중도와 창의성을 높여 단위 시간당 산출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식 노동과 창의성
특히 반도체 설계나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고도의 지식노동 분야에서는 과도한 근로시간이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된다. OECD 보고서는 육체 노동이 아닌 지적 노동의 경우 최적 생산성을 발휘하는 주간 근로시간이 50시간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복잡한 두뇌 노동은 충분한 휴식과 삶의 균형이 뒷받침될 때 더 효율적이므로, 장시간 책상에 앉아 있다고 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반드시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현장의 목소리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도 연구 결과와 맥락을 같이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개발직 9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88.2%가 주52시간 제한을 풀어 장시간 근무를 허용하더라도 업무 효율에는 긍정적 영향이 없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오히려 77%는 업무 스트레스가 증가하고71%는 노동시간만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였으며,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불과 8.1%에 그쳤다. 이는 장시간 근무가 성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현장 인식이 분명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속도전이 생명인 첨단 산업 특성상 예외적 장시간 근무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기술 난이도 상승으로 R&D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데, 획일적 주52시간제가 연구 생산성을 저해한다”고 밝혀, 근로시간 유연화를 요구한다. 또한 신제품 출시나 공정 전환 등의 중요한 마일스톤을 앞둔 기간에는 엔지니어들이 밤낮없이 몰입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의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단기 성과를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대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일시적 예외 상황이나 단기 경쟁 우위를 위한 전략일 뿐, 상시적인 장시간 노동의 정당화로 보기는 어렵다. 지속 가능한 혁신은 우수 인재의 축적과 창의성에서 나오며, 노동자가 소진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 장시간 근로는 필수적인가?
장시간 근로가 반도체 산업의 성공에 필수적인지는 회의적이다. 지난 5년간 TSMC, 엔비디아, 구글 등은 엄청난 생산성과 성장을 이루었으나, 이를 가능케 한 주된 요인은 첨단 기술 혁신, 설비 투자, 인재 확보 등이지 단순한 근로시간 연장이 아니었다. 물론 TSMC가 공정 도입기에 주60시간 근무를 허용하는 등 예외적 추가 근무가 동원된 사례도 있으나, 이러한 상황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다수의 연구결과는 노동자 1인당 최적의 노동시간이 존재하며, 그 이상 일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저해한다고 밝힌다. 과로로 인한 효율 저하와 실수 및 사고 증가 위험을 감안할 때, 장시간 노동에 의존한 성과 달성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반면 적정한 근로시간 내에서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관리하고,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자동화를 통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실제로 많은 반도체 기업들은 직원 복지와 워라밸 증진을 통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한 사례가 있다.
결론적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무조건적인 장시간 근무는 필수 요건이라기보다는 선택적 전략이며, 이는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한 제한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지속적인 혁신과 경쟁력은 뛰어난 인재들이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나오므로, 기업들은 근로시간의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적정한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다수의 연구결과와 사례는,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지 않는 경쟁력이 충분히 가능함을 시사한다. 결국, 반도체 산업의 성공 방정식은 “똑똑하게 일하기”이지 “오래 일하기”가 아니라는 점을 다양한 자료가 뒷받침한다.
참고자료 : 근로시간과 생산성 관련 연구 , 스텐포드대 근로시간 연구,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Limited's Revenue per Employee , 매일노동뉴스,
TSMC denies US ‘brutal’ corporate culture claims 등
지난 5년간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 엔비디아(NVIDIA), 구글(Google) 등의 기업들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 있는 근로시간 현황과 생산성 지표(노동자 1인당 생산량 및 총 생산량)를 살펴보고, 장시간 근로가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 연구 자료를 통해 평가한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근로시간 현황
TSMC(타이완 반도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최근 “평균 근로시간이 주당 50시간을 넘지 않는다”라고 밝힌다. 다만 신공정 도입이나 신규 공장 건설 등 특정 시기에는 예외적으로 최대 주 60시간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한편, 일부 미국 지사 직원들은 “12시간 교대 근무와 주말 근무가 흔해 워라밸이 잔인할 정도”라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는 대만 본사 중심의 장시간 근로 문화가 미국에서는 충돌을 빚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엔비디아(NVIDIA)
AI 열풍으로 급성장한 엔비디아는 업무 강도가 매우 높기로 알려진다. 한 보고에 따르면 일부 엔지니어들은 주 7일 출근하여 새벽 2시까지 일하기도 하며, 회사 분위기는 “압력솥”과 같다고 묘사된다. 이러한 극단적 장시간 근무에도 불구하고, 높은 스톡옵션과 급여 등 **“황금 족쇄”**로 불리는 보상 체계 덕분에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고 분석된다. 다만 모든 직원이 이렇게 일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엔비디아가 AI 칩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핵심 인재들에게 높은 부담을 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구글(Alphabet)
구글은 전통적으로 자율성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를 보여왔다. 한때 직원이 근무시간의 20%를 개인 프로젝트에 쓸 수 있게 하는 등 창의성과 유연한 근무를 장려해왔다. 실제로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는 “구글은 워라밸을 중시하여 일찍 퇴근하고 재택근무를 허용했지만, 그 때문에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구글이 장시간 노동보다는 효율과 혁신에 초점을 맞춰왔음을 시사한다. 엔비디아 같은 경쟁사들과 대조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노동 생산성 지표: 1인당 생산량 및 총 생산량
세계적인 반도체 및 IT 기업들은 적정 인력 규모로 막대한 생산성과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매출액 대비 직원 수(Revenue per Employee)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TSMC
전 세계에 약 7만 명의 직원을 두고 2023년 약 69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직원 1인당 약 141만 달러의 매출 생산성을 낸다. TSMC의 연간 총 생산 규모(웨이퍼 출하량 등)도 2018년 대비 2022년에 거의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엔비디아(NVIDIA)
약 3만 명 남짓한 직원으로 2024 회계연도에 609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였으며, 직원 1인당 약 382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된다. 폭발적인 AI 수요로 인해 최근 1년 사이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하면서 노동자당 생산성도 크게 상승하였다.
구글(Alphabet)
약 19만 명의 직원을 두고 2023년에 2,8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직원 1인당 약 168만 달러 정도의 매출 생산성을 보인다. 이는 2018년에 비해 총매출이 두 배로 성장하면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이러한 수치들은 반도체 및 IT 기업들이 인력 1인당 매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반도체 제조업은 자동화 설비와 고도의 기술 투자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꾸준히 높여온 산업이다. 실제로 미국 반도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시간당 산출)은 제조업 평균을 훨씬 상회하며, 반도체 기술 발전이 전체 경제 생산성 향상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는 분석이 있다. 즉, 총 생산량 증대는 주로 기술 혁신과 자본 투입에 기인하며, 단순히 근로시간을 늘린 결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근로시간과 생산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분석
근로시간과 생산성의 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주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장시간 노동에는 생산성의 체감효용 감소(diminishing returns)가 나타난다.
학술 연구 결과
스탠퍼드대 John Pencavel 교수의 연구는 노동시간과 산출량의 비선형 관계를 밝혀냈다. 일정 임계점까지는 노동시간 증가에 따라 산출이 비례 증가하나, 주 약 48~50시간을 넘어서면 추가 근무의 한계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군수공장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주 55시간 이상 일해도 총산출은 50시간대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둔화되었으며, 그 이상에서는 오히려 생산량이 감소하기까지 했다. 이는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이 작업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Pencavel 교수는 장시간 노동의 효과 저하는 블루칼라뿐 아니라 화이트칼라 직종에서도 나타나며, 건강 악화와 산업재해 위험까지 높인다고 지적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결론짓는다.
OECD 비교 분석
OECD 국가들의 장기 통계는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은 반비례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 OECD 연구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짧은 국가일수록 시간당 생산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더 오래 일할수록 노동 산출이 줄어드는” 음의 상관관계가 관찰된다. 예를 들어 독일, 네덜란드 등은 연간 근로시간이 비교적 적으면서도 노동생산성이 최고 수준이고, 한국처럼 연간 노동시간이 긴 국가들은 시간당 생산성 지표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는 효율적인 작업문화와 휴식 보장이 오히려 노동자의 집중도와 창의성을 높여 단위 시간당 산출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식 노동과 창의성
특히 반도체 설계나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고도의 지식노동 분야에서는 과도한 근로시간이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된다. OECD 보고서는 육체 노동이 아닌 지적 노동의 경우 최적 생산성을 발휘하는 주간 근로시간이 50시간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복잡한 두뇌 노동은 충분한 휴식과 삶의 균형이 뒷받침될 때 더 효율적이므로, 장시간 책상에 앉아 있다고 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반드시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현장의 목소리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도 연구 결과와 맥락을 같이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개발직 9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88.2%가 주52시간 제한을 풀어 장시간 근무를 허용하더라도 업무 효율에는 긍정적 영향이 없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오히려 77%는 업무 스트레스가 증가하고71%는 노동시간만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였으며,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불과 8.1%에 그쳤다. 이는 장시간 근무가 성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현장 인식이 분명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속도전이 생명인 첨단 산업 특성상 예외적 장시간 근무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기술 난이도 상승으로 R&D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데, 획일적 주52시간제가 연구 생산성을 저해한다”고 밝혀, 근로시간 유연화를 요구한다. 또한 신제품 출시나 공정 전환 등의 중요한 마일스톤을 앞둔 기간에는 엔지니어들이 밤낮없이 몰입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의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단기 성과를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대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일시적 예외 상황이나 단기 경쟁 우위를 위한 전략일 뿐, 상시적인 장시간 노동의 정당화로 보기는 어렵다. 지속 가능한 혁신은 우수 인재의 축적과 창의성에서 나오며, 노동자가 소진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 장시간 근로는 필수적인가?
장시간 근로가 반도체 산업의 성공에 필수적인지는 회의적이다. 지난 5년간 TSMC, 엔비디아, 구글 등은 엄청난 생산성과 성장을 이루었으나, 이를 가능케 한 주된 요인은 첨단 기술 혁신, 설비 투자, 인재 확보 등이지 단순한 근로시간 연장이 아니었다. 물론 TSMC가 공정 도입기에 주60시간 근무를 허용하는 등 예외적 추가 근무가 동원된 사례도 있으나, 이러한 상황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다수의 연구결과는 노동자 1인당 최적의 노동시간이 존재하며, 그 이상 일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저해한다고 밝힌다. 과로로 인한 효율 저하와 실수 및 사고 증가 위험을 감안할 때, 장시간 노동에 의존한 성과 달성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반면 적정한 근로시간 내에서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관리하고,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자동화를 통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실제로 많은 반도체 기업들은 직원 복지와 워라밸 증진을 통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한 사례가 있다.
결론적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무조건적인 장시간 근무는 필수 요건이라기보다는 선택적 전략이며, 이는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한 제한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지속적인 혁신과 경쟁력은 뛰어난 인재들이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나오므로, 기업들은 근로시간의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적정한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다수의 연구결과와 사례는,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지 않는 경쟁력이 충분히 가능함을 시사한다. 결국, 반도체 산업의 성공 방정식은 “똑똑하게 일하기”이지 “오래 일하기”가 아니라는 점을 다양한 자료가 뒷받침한다.
참고자료 : 근로시간과 생산성 관련 연구 , 스텐포드대 근로시간 연구,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Limited's Revenue per Employee , 매일노동뉴스,
TSMC denies US ‘brutal’ corporate culture claims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