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news[사설] 고용노동부의 쿠팡 근로감독 결과, 이제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Ian, cho
2025-01-15

최근 고용노동부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쿠팡CLS’)에 대한 종합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안전보건 분야, 일용근로자 근로조건, 배송기사(퀵플렉서) 고용형태 등 세 분야에 걸친 대규모 조사 끝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일용직 근로계약서 미체결, 임금체불 등이 적발되었으나, 배송기사에 대해서는 불법파견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먼저,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안전 확보’가 기업 경영의 최우선 과제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지게차 열쇠 방치, 컨베이어 작업 발판 미설치, 감전 방호조치 미비 등은 사업 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할 수 있지만 그만큼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큰 사항이다. 이러한 사안에 대한 사법처리와 과태료 부과, 시정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은, 관련 규정이 형식적으로나마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이는 기업이 규모 확장과 효율성에만 매몰되었을 때 노동자의 안전이 소홀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두 번째로 일용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문제도 심각하다. 일부 위탁업체에서 근로계약서 미체결, ‘가짜 3.3% 사업소득세’ 납부, 휴일근로수당 미지급 등 각종 기초노동질서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 임금체불 규모가 1.5억 원에 달하고, 총 39개 감독대상 중 136건의 근로기준법 위반이 적발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고용이 불안정하고, 산업재해에 더 쉽게 노출되어 있음에도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이들이 합당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노동의 대가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다면,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 기반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가장 이목을 끌었던 배송기사(퀵플렉서)의 근로자성 여부와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는, 고용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긴 어렵다”라며 불법파견 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유 차량이나 유지비를 스스로 부담하고, 가족을 동반해 배송할 수 있으며, 복장·근무시간의 자율성이 존재한다는 점 등 여러 이유가 제시되었다. 그러나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를 간과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쿠팡CLS가 배송기사에게 카카오톡으로 업무지시를 내리고, 배송 물량과 경로에 관여하는 형태가 얼마나 ‘강제’ 혹은 ‘권유’에 가까운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쿠팡CLS에 야간 업무 경감을 위한 주5일제 도입, 배송거점 추가 확보, 정기 건강검진·심리상담 프로그램 운영, 냉난방 설비 강화 등 다양한 개선사항을 제안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택배·퀵배송 현장은 24시간 돌고,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이처럼 고강도·고위험 노동환경에서 최소한의 건강권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비용은 여러 경로로 증폭되어 돌아온다. 현행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어 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 등에 취약한 배송기사들이 스스로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감독 결과를 두고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기업 측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법 규정의 형식적 해석에만 충실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야간·새벽 노동이 집중되는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개선책이 도입되어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5일제 도입이나 작업환경 개선은 전향적인 방안이지만, 회사와 노동자 간 현실적인 이해관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깊이 있게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결국 핵심은 ‘실질적인 개선’이다. 다양한 시정조치와 과태료 부과, 그리고 개선 요구사항에 대한 후속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져야만 한다. 기업이 적발된 위법사항을 “이미 시정했다”라고 발표하고, 정부가 “추가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밝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숱하게 있었지만, 제도가 일회성·행정편의적으로 작동하여 결국엔 재발을 반복한 전례가 많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왜 택배·퀵배송 등 ‘플랫폼 기반 업무’ 종사자들의 권익 보호를 간과했는지, 그리고 어떤 구조적 요소가 과로·사고·불안정 문제를 야기하는지 다시금 짚어보아야 한다. 고용 안정성과 안전, 그리고 건강권이 보장되는 일자리야말로 노동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가장 기본적 전제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쿠팡CLS 모두, 이번 감독 결과를 교훈 삼아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법처리나 과태료 처분 같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안전한 일터’ ‘지속 가능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참고 - 쿠팡 배송 관련 흐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