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BP, 그들은 누구여야 하는가.

장미일
2024-08-19

HR Business Partner. 퇴직 후 직장생활을 통해 만났던 인맥들을 뒤로 하고 새로운 만남을 가지면서 보기 시작한 직함입니다. 인사를 떠나 있는 동안 접하지 못했던 직함이기도 합니다. 높은 직책인가 싶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임원급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차장, 부장급. 책임, 수석급입니다. 국내로 한정하면 국내 기업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외국계 기업에서는 제법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궁금했습니다. 의아한 것은 HR업무를 하는 것 같지만 아무리 봐도 HR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뚜렷하게 정의할 수 없는 영역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HR에 부여되는 새로운 과제

HR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 속도나 정도는 국가, 업태, 업종마다 다르겠지만 단순히 HRM, HRD로 구분할 수 있거나 한정할 수 없는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조직문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단순히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이벤트성 조직문화 정착 프로그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확장된 개념의 조직문화라는 점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HR이 사업부의 실무적 조직문제에 조금 더 깊숙이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Business Partner라는 표현에서 분명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사업부에 해당하는 실무조직 밖 지원 부분에서 사업부 안으로 들어가 직접적이고 확장된 역할을 하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약간은 의아합니다. 20여 년 전부터 HR의 Role은 확대를 요구받아왔고 인력운영이나 채용, 훈련, Outplacement까지 기존의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대응의 차원을 넘어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키워왔습니다. 사실상 더 이상의 확대는 새로운 업무영역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국내 기업에겐 어색한 영역 구분

찾아봐도 명확하게 HRBP의 쓰임새를 정의한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일부 컨설팅사에서 나름의 정의를 내리기도 했지만 자사의 HRBP를 소개하는 기업 사이트나 블로그에도 무엇을 하는지 자세히 소개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부나마 알려진 바를 종합해 보니 저의 직장생활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몸 담았던 기업이 HRBP를 운영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HR에서 나와 사업부에 있을 때 제가 겪은 몇 가지 사례들을 볼 때 그 기업에 HRBP가 있었다면 그런 형태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보는 정도입니다.

1. 특정 사업부에 특화된 HR 이슈 대응
   - 라인 운영 일부 아웃소싱 특징 등
2. 특정 사업부의 고객 특성에 따른 HR 운영
   - CS, 파견 업무 운영, 영업조직의 세분화 등
3. 특정 사업부의 조직문화에 따른 인력 관리
   - 인재유출, 교육, 직무절차 개선 등

제가 겪었던 특정 사업 부문의 HR 이슈는 분명 경영지원본부의 HR로서 다 알 수 없었던 부분이었고 사업부에서도 경영지원본부에 해당 이슈를 공유하거나 지원을 요청한 일도 없었습니다. 각자 사업부 내의 인적자원과 인맥을 통한 자체 임시 해결이 전부였고 이 마저도 잘못된 방법이 그대로 인수인계가 되어 이벤트 발생 시 곪아 버린 채 경영지원본부를 넘어 기획조정부문이나 법무, 감사까지 확장되는 현상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경영지원본부에서 놓치는 부분이었고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HR은 최선을 다했다 생각했지만 사각지대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HR로서 사업부에 재직한 것이 분명히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제가 컨트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이 사례가 HRBP에게 요구되는 전형적인 부분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겪어본 바 이런 부분부터 HRBP에게 요구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HRBP를 시도하는 기업들은 기존 HR의 역할이 그저 기본적인 지원 역할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을 것입니다. 자사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에 사규나 법률에 의존한 표면적인 HR의 역할 만을 고수하거나 그런 사업영역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현장 구성원의 목소리에만 의존한다면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HR정책 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그칠 수 있습니다. HRBP의 시도는 이 부분을 넘어서야 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Mercer에서 제안한 HRBP의 직무를 인용합니다.

1. 사업 도메인에 특화된 HR 전략 수립 및 지원

2. 사업조직의 관점에서 HR 이슈 개선

3. 사업전략 지원을 위한 HR 운영
   - 인력계획, 인력배치, 승계계획, 채용, 온보딩, 인재유출 방지, 교육 등

4. 사업조직 성과관리
   - 평가, 보상 등 제반 관리

5. 사업조직 구성원 관리 및 조직개발 활동

사실상 기존 HR에서 수행하는 역할로 보입니다. 5번의 경우 사업부별 관리조직에서 경영지원부문의 방침에 따라 수행하고 있기에 딱히 HR의 구체적 지원 영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히려 멘토나 코칭, 컨설팅의 영역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부별로 특화된 활동을 고려한다면, 해당 사업부의 사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 그리고 그 사업부 조직에 대한 다섯 가지 모두를 제공해야 할 줄 알아야 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사실상 육성해 내기 불가능해 보이는 Partner급 인원이어야 합니다. 우연한 기회로 제가 경험한 사업부에서의 기억을 그대로 재현하려면 영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얇더라도 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춰야 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HRBP의 여러 가지 장점으로 인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중요성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일부의 재현이지만 경험상 기능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각 기업이 이런 간접적인 정도라도 경험이나 사례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우연이라도 이런 경험을 만들어낼 수 없는 정서 기반의 기업환경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국내 한정 일부 대기업에서 HRBP가 부각되는 이유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필요성과 그 기능을 제 수준에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가늠해 볼 수 있는 영역인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많은 각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HR의 영역 확대를 달갑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고 한계를 넘는 것을 허용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영역의 확대를 자신 있게 감내 또는 도전하려는 HR도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할 때 이미 다가온 미래 HR의 역할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준비해 두시기 바랍니다.



Greg Jang (장미일) 

Head Consultant at COYS

Job, Speech, Teaching  

HRD, ER

51:49, 49:51의 균형으로 회사와 직원, 고객을 위하는 HR, Sales를 지향해왔습니다. 지금은 100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사회인의 건강한 일탈을 위해 COYS를 이끌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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