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인사팀장 이야기

장미일
2024-05-06

제가 모셨던 두 인사팀장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경험해 보기 힘든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분이었습니다. 같은 회사, 같은 건물, 같은 사무실이었지만 이직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달랐기에 기회가 된다면 꼭 글로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두 분 모두 상황적 장단점을 가지고 계셨고 내부 평가에 있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까다로운 신념과 기준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어느 한 분도 쉬운 구석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로 구분했지만 두 분 모두 HRer로서 커리어의 궤적을 분명하게 드러내지는 못하셨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모두 저보다 10년 선배시고 명확한 세대차가 있어 생각하는 바도 달랐습니다. 사실상 제네럴리스트로서 장기간 직장생활에 대한 가치관이 앞섰습니다. 

리더십에 관한 부분은 차치하고 단순히 두 분을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재직 중일 때 해보지 못한 서술형 다면평가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례입니다. 그저 재미로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A팀장

신입사원 시절부터 9년 차까지 겪었던 A팀장님은 비교적 합리적이지만 보수적 성향이 강하고 조직 내 이슈를 경계하며 직장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분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전형적인 경영 세습 체계에 상당히 보수적인 분위기의 기업에서 이직을 해오셨습니다. 

본인 팀원의 이직에 거부감이 크고(본인의 이직 사실과 상관없이) 현 직장에 대한 만족도와 충성심이 매우 높습니다. 전형적인 관리 위주의 조직관리를 지향하고 사내 정치에 강하며 임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언제나 회사를 위하는 인사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1. 인사기록 중심주의

직원들에게 많은 단편적 관심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다정다감하고 유머를 겸비해 직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줄 압니다. 

다만 직원들에게 일어나는 사고방식의 전환이나 역량개발 등 현재진행형인 부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회사에 대한 불만이 많아 노조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와 노무비로서 차지하는 비중에만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편향적입니다. 직원들의 주소와 출신, 학교 등의 정보는 거의 외우다시피 하지만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무엇을 싫어하 지는 모릅니다. 회식 한 번으로 관계가 회복이 되고 조직문제가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인사기록카드를 직원의 제원표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직원의 진행형 상황(경력, 발령사항, 특기, 성과/평가/행동 등 인사 이슈)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2. 언제나 회사가 원하는 길을 지향

제가 주창하는 51대 49에서 51은 언제나 회사임을 강조합니다. 철저하게 회사의 안녕을 위해서는 회사의 판단이 절대적이라 믿고 따르는 편입니다. 직원의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직원의 소리는 불만으로 규정하고 철저하게 무시하거나 억누릅니다. 

겉으론 다정하고 유머가 넘치는 모습이나 사무실에서는 철저하게 회사만을 생각해 직원들에게 미움을 많이 받습니다. 당연히 팀 내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내세웁니다.

다만 學연, 社연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3. 현실 중심 마인드

언제나 현재에 충실한 마음이 강합니다. 부서 내 유기적인 업무 연결과 교류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팀원이 눈앞에 주어진 일의 처리만 생각하기를 원합니다.

 팀원들은 인사팀에 있으면서도 주어진 업무 외에는 관심을 허용하지 않았기에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없었고 심지어 회의에도 참석을 허용하지 않아 인사담당자로서 성장에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당연히 이직에 어려움을 느끼고 주저앉게 되는 현상이 오랜 시간 지속됩니다. 같은 논리로 타사와의 교류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현재 활발한 직무별 교류 활동을 고려하면 답답했습니다.

인사팀 내 이직이 10년이 넘도록 0%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합니다. 기업 사정에 따라 장단을 논하기 어려울 수는 있습니다.


4. 에피소드

대리 시절 타사 면접을 본 사실이 들통(?)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팀장이 임원실 근처 회의실로 불러 물었습니다.

"타사 지원 사실 모니터링 하는거 알지? 그런데 거기서 장대리 이름이 나오더라. 모니터링을 주관하는 인사팀원이 나오니까 인사팀장인 내가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 장대리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당시 모니터링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런 목적일 줄은 몰랐습니다.

"팀장님. 우리가 타사 지원 현황 모니터링 하는 목적이 그거였습니까? 모니터링을 하는 이유는 왜 이직을 원할까? 근래 타사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대거 채용을 추진 중인지, 대폭 임금인상이나 복리후생을 확대 했나, 신 인사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나, 그렇다면 우리가 뭘 더 갖추면 이직을 하지 않으려나, 우리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나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아니라 그저 감시, 단속을 위한 것이었습니까? 우리 인사만 봐도 이직으로 합류한 사람이 90%가 넘습니다. 팀장님도 이직해 오셨잖습니까. 따져보면 팀장님을 비롯한 인사 거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 전회사 팀장들 배신하고 넘어온 사람들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이 누구를 감시합니까? 국정원이나 청와대에서 강제로 가라고 해서 오셨습니까?"

다소 유치했지만 감정조절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지옥같은 직장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B팀장

10년 차부터 3년간 겪었던 B팀장님은 이상주의적 성향이 강하지만 그에 비해 보수적이며 조직 내 이슈에 적극적입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역시 전형적인 재벌 세습 체계지만 보수적인 분위기가 비교적 덜한 기업에서 이직을 해오셨습니다. 이직에 대한 편견이 없고 언제나 현 체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합니다. 

실무 위주, 직원 중심의 조직관리를 지향하고 사내 정치에 매우 둔감하고 임원들에게 사랑받는 법엔 철저하게 무지하며 언제나 일하는 조직을 위한 인사의 모습을 보입니다.


1. 업무 중심주의

직원들의 소소한 이슈에는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인재 발굴 및 육성, 배치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효율적인 조직 구성과 업무분장, 효율적인 HR정책 반영과 폐지 등 상황에 따른 유기적 대응에 집중합니다. 당연히 사내 정치와는 멀었고 임원들에게 미움을 샀습니다.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먼저 다가가는 일도 없었기에 언제나 많은 오해를 샀습니다.

팀원 육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직을 하더라도 어디에서도 창피할 일 없게 컨설턴트 수준으로 역량을 키워라."

2. 언제나 일하는 조직을 위한 길을 지향

현실성이 떨어지는 안이라도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면 기존 체계를 건드리는 일이 생겨도 추진을 고려합니다. 항상 주변부서와 충돌이 잦아 팀원으로서 버거울 정도입니다. 결국 임원들과도 충돌을 피하지 않아 팀의 존폐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3. 오픈 마인드

팀 내 유기적인 업무 교류를 중시하는 편입니다. 담당업무가 아니어도 회의에 참석시키는 등 한 가지 업무만 할 생각을 배척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생각을 주문합니다. A팀장님과는 정반대라 장점이 더 크기는 하지만 괜한 일이 많아져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타사 인사팀과의 교류에 적극적입니다. 외부교육에서 만나 명함을 교환한 기업 인사팀과의 실제 교류를 추진하며 색다른 경험을 나누는 것을 즐깁니다. 이런 부분은 인사업무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4. 에피소드

사내방송 CP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방송사 입사를 준비했던 경험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신문방송학 출신인 B팀장님은 실제 방송사 CP수준의 소양을 원했습니다. 아나운서를 지망했을 뿐 PD나 작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기획물 제작, 뉴스, 레이션까지 도맡아 괴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덕분에  방송 경험은 원 없이 해봤습니다.

 팀장님의 경험과 성향은 같은 인사팀을 전혀 다른 성격으로 만들었습니다. 행복한 기억도 있고 치가 떨리는 기억도 있습니다만 두 분과 쌓은 12년의 경험에서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남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저 직원들과 팀원들과 함께 일하며 채운 경력과 기억이 가득할 뿐입니다. 

덕분에 리더십을 논할 때 현실성은 전혀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리더십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A팀장님은 지금도 같은 회사에서 물류부문으로 옮겨 임원으로 재직 중이십니다. 여전한 모습으로 직원들에게 경계 대상으로 남아계십니다. B팀장님은 몇 해 전 회사를 옮겨 종합상사 임원으로 지내시다가 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을 거치는 등 다양한 길을 걷고 계십니다.

지금은 한 분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연락을 하며 지내지는 않습니다. 다른 한 분의 연락처는 퇴사와 동시에 차단 후 삭제했습니다.



Greg Jang (장미일) 

Head Consultant at COYS

Job, Speech, Teaching  

HRD, ER

51:49, 49:51의 균형으로 회사와 직원, 고객을 위하는 HR, Sales를 지향해왔습니다. 지금은 100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사회인의 건강한 일탈을 위해 COYS를 이끌어 갑니다.

■ 브런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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