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배달앱 상생안, 자영업자 '살생안' 논란… "수수료 인하? 인상이다!"

2024-11-19


지난 12차 회의 끝에 배달앱 상생 협의체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제시한 상생안을 최종 합의안으로 결정했다. 배민의 상생안은 거래액 기준으로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거래액 상위 35% 가게는 수수료 7.8% (기존 9.8%에서 2%p 인하), 배달비 최대 3,400원 (기존 2,900원에서 500원 인상), 거래액 35~80% 가게는 수수료 6.8%, 배달비 최대 3,100원, 거래액 하위 20% 가게는 수수료 2%(기존 9.8%에서 7.8%p 인하), 배달비 2,900원으로 책정됐다. 전통시장의 경우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모두 0%로 완전 무료 정책을 적용한다. 이러한 차등 수수료 상생 방안은 향후 3년간 시행될 예정이다.

언뜻 수수료 인하라는 긍정적인 타이틀로 포장된 이번 상생안은, 그러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살생안'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질적인 수수료 인상 효과, 자영업자 간의 갈라치기 심화, 그리고 3년간의 고정된 족쇄라는 세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1. '수수료 인하' 아닌 '인상'?… 객단가 25,000원 넘어야 인하 효과

가장 큰 문제는 거래액 상위 35% 구간에 속하는 다수의 자영업자들에게 오히려 수수료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A씨는 자신의 가게 배달 주문 내역을 예시로 들며 이번 상생안의 허점을 꼬집었다. A씨에 따르면 객단가 15,000원 주문의 경우 기존 수수료율은 약 34.4%였으나, 상생안 적용 시 35.8%로 오히려 1.4%p 증가한다. 객단가 20,000원 주문 역시 기존 30%에서 30.5%로 수수료율이 상승한다.

A씨는 수학적 계산을 통해 객단가가 25,000원을 넘어야만 비로소 상생안 적용 후 수수료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객단가가 25,000원 이하인 메뉴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가게들은 이번 상생안을 통해 수수료 인하 혜택은커녕 오히려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다. 배달앱 입점 업체 중 상당수가 객단가 25,000원 이하의 메뉴를 판매하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는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자영업자 '갈라치기' 심화… 저가 경쟁 부추겨

두 번째 문제점은 자영업자 간의 '갈라치기'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수수료 혜택을 받는 하위 20% 구간에 진입하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고 배달 영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업체들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존 업체들에게 가격 경쟁 압박을 가중시키고, 결국 배달 시장 전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배달앱 업체들은 이미 가게들에게 할인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번 상생안은 이러한 할인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수수료 혜택을 받는 업체들은 할인 여력이 커지면서 가격 인하 경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배달 시장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3. 3년간 '족쇄'… 상생안 수정 불가

마지막 문제점은 이번 상생안이 3년간 고정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3년 동안 배달앱 업체들이 수수료 관련 논란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생안의 문제점이 드러나더라도 3년 동안은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A씨는 "3년 동안 수수료가 높아도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은 이번 상생안이 진정한 '상생'이 아닌 '살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질적인 수수료 인상, 자영업자 간의 갈라치기, 그리고 3년간의 고정된 족쇄라는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배달 시장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들은 플랫폼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배달앱 시장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고, 진정한 상생을 위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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